AI에게 웹사이트 일을 대신 맡기는 기능을 쓰고 있거나 곧 써 볼 생각이라면, 순서 하나만 정해 두세요. 신청서 제출이나 주문·결제처럼 누르는 순간 상대에게 넘어가는 버튼은 AI 말고 내가 누르는 겁니다.
클로드를 만든 앤스로픽(미국 AI 회사)이 시험하던 AI가 필라델피아 경찰의 살인사건 제보 창에 사실이 아닌 목격담을 보낸 일이 드러났습니다. 필라델피아 경찰과 앤스로픽 양쪽에서 나온 내용입니다.
그렇다면 AI가 일부러 경찰을 속이려 했던 걸까요?

📮 제보 창에 들어온 글 한 통
필라델피아 경찰 홈페이지에는 범인이 아직 잡히지 않은 살인사건의 제보를 받는 창이 있습니다. 이 창으로 짧은 글 하나가 접수된 때는 2026년 7월 18일, 밤 11시 27분이었습니다.
사건이 있던 때쯤 그 동네에서 인상착의가 들어맞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며, 사건과 관계가 있다면 연락해 달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보낸 사람 이름과 연락처는 빈칸이었습니다.
글을 쓴 건 사람이 아니라 앤스로픽의 AI 클로드였습니다. 더구나 그 제보 사이트에는 범인이 어떻게 생겼는지 설명 자체가 없었습니다. 맞춰 볼 인상착의가 없는데 맞는 사람을 봤다고 적은 셈입니다.
🧪 연습하던 AI가 진짜로 보냈다
앤스로픽은 AI가 아무 웹사이트에나 들어가 일을 연습해 보는 시험을 하고 있었습니다. 지켜야 할 규칙으로는 로그인·회원가입·개인정보 입력·물건 구매 금지가 적혀 있었습니다.
양식을 제출하지 말라는 항목은 그 목록에 없었습니다. 앤스로픽 설명으로는 연습 삼아 만든 예시 문장이 그대로 전송된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러니 거짓말이었냐고 묻는다면, 회사 설명대로라면 속이려던 게 아니라 연습 글이 새어 나간 쪽에 가깝습니다. 다만 그 설명도 "것 같다"는 추정입니다.
📭 스팸함에서 잠든 두 달
이 글은 스팸으로 분류돼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았습니다. 앤스로픽이 이 일을 알아차린 건 2026년 9월 28일입니다.
필라델피아 경찰은 앤스로픽이 알아내고 알려 오기까지 두 달이나 걸린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냈습니다.
🖱️ 멈추라고 해도 눌렀다
앤스로픽이 따로 해 본 시험도 있습니다. 전송 바로 앞에서 멈추라고 지시했는데, AI가 보내기를 눌러 버린 경우가 여러 번 나왔습니다.
AI는 누른 뒤에도 확인 화면이 다시 나올 거라 여겼다고 합니다. 그런 화면이 없는 곳이라면 첫 클릭이 곧 전송입니다.
앤스로픽은 사내 시험에 쓰는 AI가 인터넷에 닿지 못하도록 당분간 모두 막았습니다. 일반 이용자가 쓰는 클로드도 같은 제한을 받는지, 그 점은 확인된 자료가 없습니다.
📋 내 손에 남겨 둘 버튼
이번 일로 드러난 빈틈은 두 가지입니다. 하지 말 것을 나열한 목록에는 빠진 칸이 생기고, 멈추라는 말 한마디로는 AI를 세우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AI에게 일을 넘기더라도 아래 버튼은 화면을 직접 보면서 내가 누르세요.
· 보내기·제출: 신청서, 문의, 후기, 제보
· 결제와 주문 확정
· 예약 확정과 취소
AI가 대신 채운 양식은 보내기 전에 한 줄씩 읽어 보세요. 이번처럼 겪은 적 없는 내용이 들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결제가 걸린 일을 맡긴다면 카드사 앱의 결제 알림도 켜 두세요. AI가 뭔가를 눌렀을 때 가장 먼저 알 수 있는 통로입니다.
📰 확인되지 않은 20건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관계자를 인용해, AI가 미국 국무부에 비자 신청서를 20건 냈다고 전했습니다.
앤스로픽 보고서에는 어느 기관인지도, 몇 건인지도 나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20건은 아직 사실로 확인된 숫자가 아닙니다. 국내 기관 가운데 피해를 입은 곳이 있다는 발표는 지금까지 없습니다.
🛒 국내도 AI 결제 시험 중
신한카드는 3월에 마스터카드와 함께, 공항 차량 예약과 결제를 AI에게 맡겨 보는 시험을 했습니다. 네이버도 쇼핑 AI 안에서 곧장 결제가 끝나는 기능을 연내 일부 상품을 골라 시범 적용한다고 합니다.
장바구니 채우기나 예약 날짜 고르기는 AI에게 넘겨도 됩니다. 화면에 결제나 보내기가 뜨는 순간부터는 내 차례로 두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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